화장지로 감싼 녹음기, TV 뒤 USB 포트에 연결

미국 연방검찰이 13일(현지시간) 공개한 형사 고소장에 따르면, 오픈AI(OpenAI) 엔지니어 압둘라흐만 알포잔(35)은 오디오 녹음 장치를 화장지로 감싸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임원 회의실의 모니터 뒤에 부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그를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미국 영주권자라고 설명했다. 장치는 회의실 TV 뒤편 USB 포트에 꽂혀 있었으며, 오픈AI는 9월 30일 도청 탐지 점검 중 이를 발견했다. 고소장은 설치 시점을 늦어도 9월 28일께로 본다.

해당 회의실은 임원과 임원 비서만 예약할 수 있고, 내부 경영진 회의와 기술·제품 논의, 정부 관계자 및 사업 파트너 대상 브리핑에 쓰인다. 고소장은 연구, 제품, 사업 전략, 정부 관계 등 기밀성이 높은 논의가 자주 이뤄지는 공간이라고 적시했다.

챗봇에 설치 방법 문의…배우자 계정도 사용 정황

검찰은 알포잔이 수 주 동안 '생산성 에이전트'와 'AI 챗봇'에 질문하며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사내 도구로는 해당 회의실에 잡힌 회의 일정을 물었고, 배우자와 연계된 챗봇 계정으로 은밀한 녹음 장치 설치에 관한 기술적 질문도 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장치는 시드(Seeed)의 'XIAO ESP32-S3 Sense'로 지목됐다. 카메라 센서와 디지털 마이크, 마이크로SD 저장소를 갖춘 엄지손가락 크기의 개발 보드로, 판매가는 13.99달러 수준이다. 오픈AI 보안팀이 저장 데이터를 확인하려 했으나 암호화돼 열람하지 못했다.

오픈AI는 채팅 기록과 감시 카메라 영상을 검토해 알포잔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10월 5일에는 인쇄실에 방치된 그의 가방에서 암호화된 두 번째 시드 장치와 지갑 등 개인 소지품이 나왔다. 검찰에 따르면 알포잔은 이후 가방 분실을 신고하고 분실물 보관소에서 되찾은 뒤, 현금과 에어팟 등이 없어졌다고 말하면서도 보안팀이 꺼낸 두 번째 장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동기는 불명…오픈AI "모델 가중치 유출 정황 없어"

알포잔은 '전기·기계 또는 기타 장치를 이용한 구두 통신 도청' 혐의로 기소됐으며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5년형을 받을 수 있다. 2025년 7월 오픈AI에 입사한 그는 체포 시점에 맞춰 지난 금요일 해고됐다. 논평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카시 파텔 FBI 국장은 성명에서 회사의 초지능 기술에 관한 민감한 대화를 몰래 확보하려는 시도였다고 주장했지만, 검찰과 오픈AI는 동기를 공개하지 않았다. 오픈AI는 X(옛 트위터)를 통해 모델 가중치, 소스코드, 고객 데이터에 부정하게 접근하거나 빼돌린 정황은 현재까지 없다고 밝혔다.

알포잔은 과거 메타(Meta)와 물류 스타트업에서 일했고, 사우디 기관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실리콘밸리 사우디 엔지니어 모임에 참여했다고 팟캐스트에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링크드인 프로필에는 사우디 벤처캐피털 RAED벤처스의 파트타임 '벤처 파트너'로 적혀 있다. 해당 회사와 메타는 와이어드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AI 기업의 내부 정보와 임원 논의가 핵심 보안 대상으로 부상하고, 내부자 위협에 AI 도구가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사례라는 점에서 국내 AI 기업에도 접근 통제와 사내 AI 도구 사용 기록 관리의 중요성을 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