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로 감싼 USB 녹음기, TV 뒤에 숨겨

FBI는 14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오픈AI(OpenAI) 엔지니어 압둘라흐만 알포잔(Abdulrahman Alfozan)을 불법 녹음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그는 2020년 미국 영주권을 얻었고, 2025년 7월 오픈AI에 입사해 1년 넘게 근무했다.

FBI에 따르면 문제의 장치는 기술 개발 현황, 정부 관련 협의, 상업 제휴 등 민감한 사안을 논의하는 임원 전용 회의실에서 나왔다. 알포잔은 USB 형태의 장치를 화장지로 감싼 뒤 회의실 TV 뒷면에 꽂은 것으로 의심받는다. 설치 시점은 9월 28일로 추정되며, 오픈AI는 9월 30일 이를 발견했다. 장치 내용은 암호화돼 있었다.

챗봇 질의 기록과 CCTV가 단서

오픈AI는 곧바로 그를 내보내지 않고 시스템 접근 권한을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FBI와 함께 장치를 분석했다. 10월 5일 회의실에 카메라를 설치했는데, 같은 날 알포잔이 장치를 회수하려 한 정황이 CCTV에 포착됐다고 FBI는 주장했다. 9월 한 달에만 10일간 회의실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이 찍혔다는 것이다.

공개된 수사관 진술서에 따르면 장치는 중국 시드(Seeed)사의 XIAO ESP32-S3 Sense 제품으로, 저장된 내용을 숨기도록 개조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SD카드도 암호화 파일시스템으로 추정되는 구조였다. 수사당국은 알포잔이 8월 사내 업무용 AI 에이전트로 민감한 회의의 시간과 장소를 알아내려 했고, 배우자 명의로 추정되는 챗봇 계정에서도 해당 장치의 MAC 주소, 상시 녹음, 음성 감지 녹음, SD카드 암호화 방법 등을 질의한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

카메라 설치 당일 알포잔은 분실물 센터에 가방을 잃어버렸다고 신고했는데, 프린터실에서 보안 직원이 발견한 그 가방에서 같은 종류의 장치가 또 나왔다. 그는 다음 날 다시 찾아와 물품 분실을 호소하면서도 이 장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픈AI는 지난 금요일 FBI의 체포 시점에 맞춰 그를 해고했다.

정부 "AI 방첩 최우선"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징역 5년과 벌금 25만 달러가 선고될 수 있다. 녹음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카시 파텔 FBI 국장은 미국의 AI 우위 유지를 주문한 트럼프 행정부 메모를 언급하며, 프런티어 AI 연구소를 겨냥한 스파이 행위 단속을 방첩 최우선 과제로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크레이그 미사키안 북부캘리포니아 연방검사장도 실리콘밸리 기술 보호를 국가안보 사안으로 다루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AI 기업의 내부자 위협 관리가 국가안보 이슈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국내 AI 기업도 핵심 연구 정보와 회의 공간의 물리 보안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