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매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를 새로 설계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 사이의 펩타이드 결합은 매우 안정적이어서 반감기가 수백 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에서는 생물이 진화시킨 다양한 분해효소 덕분에 단백질이 빠르게 분해된다. 연구진은 이 다양화 과정을 AI로 단축했다.

연구진은 가재 소화계의 아연 프로테아제와 효모의 시스테인 프로테아제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두 효소의 구조와 촉매에 필수적인 아미노산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먼저 AI 도구 RFdiffusion2로 핵심 아미노산을 모으고 절단 대상 서열을 수용하는 골격을 만들었다. 이어 ProteinMPNN으로 골격에 맞는 아미노산 배열을 채웠다. 알파폴드3(AlphaFold3)로 구조를 예측해 보니 기존 데이터베이스에서 유사한 구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설계 성공률과 활성 개선

시스테인 프로테아제는 12개 골격과 69개 아미노산 조합을 시도해 13개가 작동했다. 성공률은 19%지만 원본 효모 효소보다 활성은 크게 낮았다. 아연 프로테아제는 물 분자를 고려하지 않은 설계에서 89개 중 14개만 약한 활성을 보였다. 물 분자 위치를 제약 조건으로 추가하자 38개 중 35개가 활성을 나타냈다.

이후 촉매에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활성 부위 가까이 있는 아미노산을 바꿔 가며 개선했다. 그 결과 시스테인 계열 최고 버전은 절단 반응을 약 10⁹배 가속하면서 표적 서열에 대한 특이성을 유지했다. 아연 계열 2세대 버전은 최초 설계보다 활성이 30배 높았고 반응을 약 10¹⁰배 가속했다.

신경질환 단백질 표적, 남은 과제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과 전측두엽 치매 등과 관련된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아연 프로테아제도 설계했다. 기존 설계를 새 서열에 맞게 고치는 방식은 잘 통하지 않았고,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 세포 안에서 표적을 자르는 효소를 얻었다.

다만 치료제로 쓰기까지는 장벽이 높다. 단백질은 필요한 부위로 전달하기 어렵고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세포 내부 표적이라면 효소를 만들어 낼 유전자를 세포에 전달해야 한다. 연구진은 현재 AI 도구가 구조에는 강하지만 특정 촉매 활성을 직접 지정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무작위 변이로 활성이 크게 오른 점도 이를 보여 준다. 소프트웨어가 등장한 지 몇 해밖에 되지 않은 만큼 위치 외의 제약 조건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