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이슈가 선거 판세 갈랐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데이터센터 규제를 앞세운 후보들이 전국 곳곳에서 승리하며 AI 인프라 확장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와이어드(WIRED)에 따르면 NBC뉴스 조사에서 유권자의 4분의 1에 가까운 응답자가 데이터센터를 투표에 '결정적'이라고 답했고, 거의 3분의 2는 크든 작든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셔로드 브라운(Sherrod Brown) 후보가 상대를 '오하이오 데이터센터의 얼굴'로 규정하는 광고를 수개월간 내보낸 끝에 의석을 되찾았다. 뉴햄프셔의 크리스 파파스(Chris Pappas) 후보는 당선 연설에서 데이터센터 반대 입장을 언급해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 주에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이 진행 중이지 않은데도 이슈가 힘을 발휘한 셈이다. 오하이오와 위스콘신 하원 선거에서는 '데이터센터 데릭' 등의 별칭이 붙은 공화당 후보들이 패했다.

텍사스·조지아 주지사 선거 이변…모라토리엄 현실화하나

업계에 가장 큰 충격은 주지사 선거에서 나왔다. 조지아에서는 키샤 랜스 보텀스(Keisha Lance Bottoms), 텍사스에서는 지나 히노호사(Gina Hinojosa)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고, 캔자스의 신디 홀셔(Cindy Holscher) 후보도 당선권에 근접했다. 이들은 모두 규제 강화를 넘어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을 공약했다. 텍사스와 조지아는 미국 내 대표적인 데이터센터 집적지여서, 각 주에서 계획된 수백 건의 프로젝트에 큰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AI 분야 민주당 전략가 알렉산더 맥코이(Alexander McCoy)는 세제 혜택 축소와 규제기관 인선을 통한 감독 강화, 환경 규제 집행 확대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데이터센터를 AI 기술 자체와 연결해 보며, 전력·소음·오염뿐 아니라 일자리와 물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AI 업계 슈퍼팩 자금에도 패배

업계 자금은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새 슈퍼팩 '빌딩 더 퓨처(Building the Future)'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공화당 달린 그레이엄 후보 지원에 150만 달러를 썼지만, 모라토리엄을 지지한 민주당 애니 앤드루스(Annie Andrews) 후보에게 패했다. 캔자스 주지사 선거에도 150만 달러 넘게 투입했으나 결과는 박빙 열세다.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아메리카 팩(America PAC)은 미시간 공화당 후보에게 34만 달러를 지원했지만 민주당 윌 로런스(Will Lawrence) 후보가 승리를 선언했다.

주민투표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밸럿피디아(Ballotpedia)에 따르면 10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지방 투표 안건이 40건 넘게 올랐고, 오하이오에서만 21건이었다. 개발 확대를 허용한 카운티는 사실상 한 곳뿐이라는 집계도 나왔다.

업계는 대응에 나섰다. 환경단체와 빅테크가 '책임 있는 데이터센터 개발 협의체'를 꾸려 개발 프레임워크를 마련 중이라고 더힐(The Hill)이 보도했다. 한편 머스크는 X에 "우주 데이터센터가 꽤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글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수도권과 지방 데이터센터 전력·입지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사례는 AI 인프라 투자에서 지역 수용성이 핵심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