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신 'SI'… 행정명령의 내용
트럼프 대통령은 9월 말 정부 기관이 쓰던 '인공지능'이라는 명칭을 '슈퍼 인텔리전스'로 바꾸라는 단일 지침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칭은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전 엑스(X)에서 진행한 투표에서 '익스트림 인텔리전스', '수프림 인텔리전스' 등 다른 후보를 제치고 선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명령은 오늘날의 AI가 지능을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창의성을 '증폭'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에 따르면 '슈퍼 인텔리전스' 또는 'SI'라는 표현은 정부 입찰 공고에서 늘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구금 시설용 'SI 기반' 감시 시스템 구축 기업을 찾는 요청이 한 예다. 미국립보건원(NIH) 등 일부 사이트는 전환 기간에 두 용어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안내 배너를 띄웠다.
정부 안에서도 혼선
일관성은 아직 부족하다. 행정명령 다음 날 국방부는 미래 전쟁 연구 계획 '프로젝트 메리디언'을 발표하면서 기존 용어를 썼고,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최근 보도자료에서 두 단어 표기 대신 'superintelligence'를 사용했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서는 새 용어가 확인되지 않는다.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도 10월 3일 인터뷰에서 'AI'라고 말했다. 국방부 최고디지털·AI책임자실(CDAO)처럼 이미 존재하는 조직과 문서에는 명령이 적용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27일 트루스소셜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이 새 용어를 쓰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정부 문서에서 '인공지능'을 아예 금지하는 규정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각 부처는 이달 말까지 '슈퍼 인텔리전스'의 법적 정의 초안도 마련해야 한다.
빅테크 경영진은 '선택적 수용'
같은 날 백악관은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오픈AI의 그레그 브록먼, xAI의 일론 머스크, 엔비디아의 젠슨 황 등 6명이 서명한 비구속 AI 안전 성명 '슈퍼 인텔리전스 백악관 협약'을 공개했다. 그러나 CNBC의 3분기 실적 발표 분석에 따르면 이 용어를 일관되게 쓴 사람은 저커버그와 머스크뿐이었다. 메타는 지난해부터 '슈퍼인텔리전스'를 써 왔고, 머스크는 스페이스XAI를 스페이스XSI로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본인도 엑스에서 두 표현을 섞어 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경영진은 실적 발표에서 'AI'를 사용했다.
필자는 비용 문제보다 AI를 둘러싼 공론이 정치적으로 갈라질 가능성을 더 우려했다. 아직 AI에 대한 태도가 정당 구도와 맞물리지 않은 만큼, 용어가 충성도 시험이 되면 일상 대화조차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는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이 AI를 환경·기후 정책보다 중요하게 본다는 조사 결과도 소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