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밀런 AI 챗봇 '노아', 도입 파티 열었지만 폐기

미국 대형 출판사 맥밀런(Macmillan Publishers)이 사내 AI 챗봇 '노아(NOA)'를 도입했다가 약 1년 9개월 만에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와이어드(WIRED)가 복수의 직원 증언을 바탕으로 28일 보도한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2024년 1월 뉴욕 맨해튼 본사 직원들은 출근길에 노아를 환영하는 전단과 보라색 풍선, 도넛 장식을 마주했다. 노아는 '노 오디너리 어시스턴트(No Ordinary Assistant)'의 약자로,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챕터(Chaptr)가 개발했다. 챕터는 맥밀런의 모회사 홀츠브링크(Holtzbrinck)의 지원을 받는 곳이다. 일부 직원은 이 이름이 사람 비서들에게 불쾌감을 줬다고 말했다.

회사는 노아가 입력한 정보를 제3자와 공유하지 않는 안전한 환경이라고 안내했다. 직원들은 환각 가능성 때문에 반드시 사실 확인을 하라는 교육을 받았으나, 이메일 작성과 카피 초안, 마케팅 조사, 아이디어 구상에 쓰라는 권장도 받았다고 전했다. 2024년 후반에는 성과 평가 목표를 노아로 작성하라는 안내도 있었다. 다수의 직원은 "형편없어서 아무도 쓰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2025년 10월 챕터가 노아를 종료한다는 사내 메일이 전달됐고, 이후 경영진이 구글 제미나이(Gemini)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직원들은 말했다. 한 편집자는 제미나이로 에이전트의 투고 검토서를 평가해 봤지만 쓸모없었다고 밝혔다. 맥밀런 측은 제미나이를 업무에 쓰지만 출판 과정에 쓰라는 지침은 없었다며, 노아 도입 방식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다만 어떤 부분이 부정확한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펭귄랜덤하우스도 챗GPT 엔터프라이즈 권장 논란

와이어드는 빅5 전반에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하퍼콜린스와 함께 미국 5대 출판사로 꼽히는 펭귄랜덤하우스(PRH)에서는 직원들이 챗GPT 엔터프라이즈(ChatGPT Enterprise) 활용을 권유받고 있다. 이 회사 독일 법인은 오픈AI(OpenAI)를 저작권 침해로 제소한 상태다. 취재에 응한 PRH 직원들은 가능한 한 쓰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고, 일부 관리자는 홍보 문구와 표지 디자인 같은 창작 업무에는 AI를 쓰지 말라고 요구해 혼선이 있다고 전했다. PRH는 각 임프린트가 AI 활용 여부를 재량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작가들 "최소한 AI 사용 공개해야"

작가들의 반발도 거세다. 와이어드가 만난 빅5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판매량은 합계 3,000만 부를 넘는다. 한 작가는 책에 없는 AI 환각 인용문이 담긴 마케팅 문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작가는 계약 협상에서 어느 빅5 출판사도 AI를 일절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소한의 요구로 AI 사용 공개를 꼽았고, 일부는 자가 출판을 고민한다고 밝혔다. 브랜든 샌더슨(Brandon Sanderson)은 2022년 킥스타터로 1,5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해 책 4권을 직접 펴낸 바 있다.

출판계 AI 도입은 효율화 압박과 인력 감축, 저작권 소송이 얽혀 있어 한국 출판사와 콘텐츠 기업에도 작가와의 투명한 소통 원칙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