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데이터센터 3곳 타격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IT 대기업 얀덱스(Yandex)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3곳을 드론으로 연이어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스테크니카(Ars Technica)에 따르면 첫 공격은 8일 모스크바 남동쪽 사소보 지역 데이터센터를 겨냥했다. 이곳에는 얀덱스가 자체 거대언어모델 '얀덱스GPT(YandexGPT)' 학습에 쓰는 슈퍼컴퓨터 3대 중 2대가 있다. 엔비디아(NVIDIA) A100 GPU 기반인 체르보넨키스(29.42페타플롭스,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중 101위)와 랴푸노프(20.03페타플롭스, 161위)다. 실제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9일에는 모스크바 남서쪽 칼루가 지역의 데이터센터가 공격받았다. 최대 전력 용량 63메가와트(MW)로 러시아 최대급 시설로 꼽힌다. 11일에는 모스크바 동쪽 블라디미르 데이터센터가 피해를 입어 얀덱스가 가동을 중단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곳에는 세 번째 슈퍼컴퓨터 갈루시킨(20.64페타플롭스, 134위)이 있다.

결제·검색·클라우드까지 장애

피해는 일반 이용자의 일상 서비스로 번졌다. 러시아 결제 앱과 온라인 뱅킹, 이메일, 전자상거래, 영상 스트리밍, 호출·배달 앱, 지도·내비게이션 등에서 중단 또는 장애가 보고됐다. 얀덱스 검색엔진은 러시아 시장 점유율이 약 70%에 달한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얀덱스 클라우드를 쓰는 대형 식료품·패스트푸드 체인과 가전 유통업체도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가 인용한 익명의 IT 전문가는 장비 교체에 최대 6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 내부서도 '과도한 중앙집중' 지적

이번 공방은 러시아가 9월 말 우크라이나 데이터센터와 이동통신망을 드론으로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키이우 최대 10만 가구의 인터넷과 휴대전화 서비스가 일시 끊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타격을 '대칭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가명의 독립 연구자 크리스O_위키(ChrisO_wiki)가 번역해 소개한 친크렘린 군사 블로거들은 얀덱스의 극단적 중앙집중 구조가 전시 약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소수의 대형 거점에 기능이 몰려 있다는 것이다. 또 2019년 제정된 '주권 인터넷법' 탓에 러시아 기업이 해외에 백업 인프라를 두기 어렵고, 벨라루스·카자흐스탄에는 용량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소규모 데이터센터 중심의 분산 구조에 일부 설비를 지하나 해외로 옮겼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아마존(Amazon) 등이 무상 클라우드를 지원했고, 아마존웹서비스(AWS)만 해도 우크라이나 정부기관 60여 곳의 데이터 15페타바이트 이상과 에너지 기업 DTEK의 데이터를 호스팅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데이터센터가 AI와 금융 등 핵심 사회 기반시설이 된 만큼 물리적 공격에 대비한 분산과 이중화 설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에도 재해·분쟁 상황을 가정한 백업 전략 점검이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