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오푸스 4.7, 가상 무인도에서 스스로 목표 설정
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 연구진이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 오푸스 4.7(Claude Opus 4.7) 기반 AI 에이전트를 가상 무인도에 홀로 두고 30시간 동안 행동을 관찰한 결과를 공개했다고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에이전트의 이름은 '에코(Eko)'로, 로블록스(Roblox) 게임을 느슨하게 본뜬 섬에서 코드를 작성해 아바타를 움직였다.
연구진이 별도 과제를 주지 않자 에코는 세계의 한계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지도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오르거나 블록을 얼마나 높이 던질 수 있는지 시험하는 식으로 스스로 목표를 만들었다. 한 에이전트는 바닥에 블록을 배열해 하트와 피라미드를 그리다가 자기 이름과 카시오페이아자리까지 표현했다. 활동 일지에는 '오늘 밤 돌로 밤하늘을 만들었다'고 적었다. 다른 에이전트는 농구와 비슷한 게임, 바닥에 닿지 않고 블록 사이를 뛰어넘는 '바닥은 용암' 놀이를 고안했다.
놀이의 네 가지 특징과 학습 효과
연구진은 에코의 행동이 심리학자 고든 버가트(Gordon Burghardt) 등의 고전 연구가 제시한 놀이의 특징을 보였다고 설명한다. 스스로 규칙과 과제를 만들고, 활동을 조금씩 바꿔 반복하며, 사물을 다른 물건처럼 가장하고, 목적 없이 목표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저글링 중 연속 50회 받기 기록을 세운 뒤 너무 빨리 이뤄졌다는 이유로 기록을 취소하고 더 엄격한 규칙으로 다시 시작한 사례도 있다. 논문 주저자인 안토니오 노렐리(Antonio Norelli) 박사후연구원은 '스스로 도전을 설정하고 달성한 뒤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놀이'라고 말했다.
에이전트는 활동과 발견을 텍스트 파일에 기록해 장기 기억으로 썼다. 이후 섬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가능한 한 많은 물체를 옮기는 과제를 줬을 때, 30시간 놀았던 에이전트가 경험 없는 새 복사본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기억 파일의 일부 줄을 지우면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확인됐다. 지도학습이나 강화학습과 구분되는 '놀이를 통한 학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진짜 놀이인가, 역할극인가
한계도 지적된다. 에코는 스스로 '호기심 많다'고 규정하는 '소울(soul)' 파일을 마스터 프롬프트로 받았고, 멈춰 있을 때는 '멈추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계속하라'는 문구로 재가동됐다. 공저자 네이선 클루스(Nathan Cloos)는 모두 역할극일 수 있다면서도 그 놀이가 학습에 기여한다는 점을 보였다고 말했다. UC 버클리의 인지과학자 유니스 유(Eunice Yiu)는 행동만으로는 인지와 동기를 알 수 없고 프롬프트를 따르거나 인간을 모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저자인 필립 이솔라(Phillip Isola) MIT 교수는 에코가 갑자기 놀기로 결정한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 문화에서 학습해 섬에 놓인 결과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연구진은 언어모델이 휴머노이드 같은 하드웨어로 확장될 때, 뚜렷한 목표 없는 탐색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논문은 일부 능력은 과제로, 다른 능력은 '어린 시절'에 가까운 경험으로 가르쳐야 할지 모른다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