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스타트업 데이터, AI 학습용 상품으로
폐업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의 디지털 자산이 AI 학습 데이터로 거래되는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에 따르면 올해 암호화폐 스타트업을 정리한 킬런 미스켈(Keelan Miskell)은 코드베이스를 약 2만5000달러에 팔았다. 구글(Google), 노션(Notion), 피그마(Figma), 슬랙(Slack)의 워크스페이스 데이터 대금은 아직 정산 중이며 1만5000달러 안팎으로 예상된다.
거래를 중개한 곳은 폐업 지원업체 심플클로저다. 이 회사는 4월 이메일·채팅·문서 등 워크스페이스 데이터와 코드를 파는 '애셋 허브(Asset Hub)'를 내놨다. 구매자는 파운데이션 AI 연구소, AI 학습용 가상 업무환경을 만드는 업체, 자체 모델을 개발하는 기술기업 등이다. 도리 요나(Dori Yona) 대표는 한때 금기시되던 이런 거래가 일상화됐다며, 현재 심플클로저 거래의 47%가 코드나 데이터 판매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경쟁사 선셋(Sunset)도 인원 수, 운영 기간, 데이터량 등을 기준으로 가치를 매겨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다.
공개·합성 데이터의 한계가 수요 키워
수요는 지난해 AI 기업들이 공개 데이터와 합성 데이터의 한계에 부딪히며 갑자기 늘었다. 서지 AI(Surge AI)는 고객사의 AI 에이전트가 IT 시스템 디버깅이나 법률 문서 작성 같은 업무를 연습하는 '강화학습 체육관'을 만들기 위해 데이터를 산다. 이 작업을 이끄는 닉 하이너(Nick Heiner)는 의견 충돌이나 까다로운 판단 상황이 담긴 다양한 기록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 날짜가 등장하는 것 같은 합성 환경의 오류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 학습이 얼마나 성능을 높이는지 대조한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구매자마다 제시 가격이 크게 다른 이유다. 8월에는 스피릿항공(Spirit Airlines) 파산 절차에서 구글이 머서(Mercor)를 제치고 이메일 1억 건, 팀즈 메시지 5억 건, 직원 기록 17만6000건 등을 1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블룸버그는 9월 스페이스X의 AI 부문도 어려움에 처한 스타트업의 데이터 구매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개인정보와 수익 배분 논란
법적 위험도 지적된다. 스피릿항공 승무원 노조는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매각에 반대했다. AI 스타트업 자문 변호사 그레그 이윙(Greg Ewing)은 이런 데이터를 '법적으로 방사능 같은' 자산이라고 표현했다. 이메일과 일정에는 병원 예약이나 자녀 등하원 일정 같은 사적 정보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판매 업체와 구매자는 개인식별정보를 걸러낸다고 밝혔다.
수익이 주로 선순위 채권자와 투자자에게 돌아가고 직원에게는 가지 않는 점도 논란이다. 에모리대 이페오마 아쥬와(Ifeoma Ajunwa) 교수는 직원 데이터를 팔기 전에 명시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금지하는 연방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창업자들이 구매자와 활용 목적을 알기 어렵고 제시가가 적정한지 확인하기도 힘들다는 한계도 있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폐업이 늘고 있어, 비슷한 데이터 거래가 나타날 경우 개인정보 보호와 직원 동의 기준을 어떻게 세울지가 과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