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도 조절 기술 둘러싼 모의 협상

지난해 9월 영국 런던 퀸메리 런던대(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에서 태양복사 조절(solar radiation modification) 기술의 국제 거버넌스를 시험하는 모의 전쟁게임이 열렸다. 외교 전문가, 과학자, 군 관계자, 전직 정부 관료 등 20여 명이 각국 정부·환경단체·원주민 단체·기술 기업 역할을 맡았다. 리즈대(Leeds University) 대니얼 영(Danielle Young) 조교수가 설계했고, 영국 정부 출연 기관인 첨단연구발명청(ARIA)이 후원했다.

태양복사 조절은 이산화황 같은 입자를 대기에 뿌려 햇빛 일부를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기술이다. 대형 화산 폭발이 지구를 일시적으로 식히는 현상을 모방한 것이다. 다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건조화, 대서양 열대폭풍 강화 같은 부작용이 예측되며, 중단하면 기온이 급반등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이스라엘 스타트업 스타더스트솔루션스(Stardust Solutions)가 6000만 달러를 투자받았고, 일론 머스크(Elon Musk)도 8월 지오엔지니어링 필요성을 X에 언급하면서 기술은 빠르게 현실의 의제가 되고 있다.

불신이 지배한 세 차례 회의

게임은 현재, 2027년 9월, 2028년 9월을 배경으로 세 차례 진행됐다. 첫 회의부터 미국과 중국 대표는 자국 이익에 반하는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미국 측 안보 담당 역을 맡은 제프리 닐슨(Jeffrey Nielsen) 미 육군 소령은 "중국에 유리한 합의는 합의가 없는 것보다 나쁘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미국 연구 비행기를 발견했다는 정보를 받고 미국이 이를 허위정보라고 반박하면서 협상은 비난전으로 번졌고, 각국이 협상장을 떠났다. 실제로는 중국이 실험을 하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은 서로가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믿은 채 회의장을 나섰다.

과학적 조언을 맡은 기후 연구자 콜린 골자(Colleen Golja)는 정치적 공방 속에서 자신의 분석이 거의 무시됐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 에어로졸 구름이 관측되는 상황에서 감시망 구축 자금을 제안한 비영리단체는 알고 보니 화석연료 업계가 뒤에 있는 단체였고, 이는 과학의 신뢰도를 흔들었다. 합의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현실에서도 이어지는 움직임

연구진은 게임 결과가 미래 예측은 아니며 참가자 구성과 UN이라는 무대 설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올해 3월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들이 중국 견제를 위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고, 영국 정부는 지난주 연구는 지지하되 배치는 계획하지 않는다는 첫 정책 문서를 냈다. 스타더스트의 야나이 예드바브(Yanai Yedvab) CEO는 글로벌 거버넌스가 마련되기 전에는 대규모 야외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