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컴프·포팅 프로젝트 급증
AI 코딩 도구가 레트로 게임 디컴프(decomp)와 리컴프(recomp), 포팅 작업의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관련 커뮤니티가 몸살을 앓고 있다. 더버지(The Verge)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가량 웹브라우저에서 돌아가는 할로(Halo), 아이폰용 젤다의 전설 바람의 지휘봉(The Legend of Zelda: The Wind Waker), 혼합현실(MR)용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같은 프로젝트가 잇따라 화제가 됐다.
디컴프와 리컴프는 게임을 구성 요소 단위로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해 원래 지원하지 않던 하드웨어에서 실행하게 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 기법이다. 사람이 직접 하면 매우 더디다. 닌텐도 게임큐브용 동물의 숲 원작을 디컴파일하는 데도 한 그룹이 수년을 들였다. AI 도구는 이 기간을 크게 줄였고, 레딧·X·GitHub에는 신규 프로젝트가 쏟아지고 있다.
AI 컨설턴트이자 취미로 게임 포팅을 하는 크리스 소트라이디스(Chris Sotraidis)는 올여름 EA가 지난해 오픈소스로 공개한 커맨드 앤 컨커: 제너럴 제로 아워(Command & Conquer: Generals Zero Hour)의 아이폰·아이패드 포팅을 본 뒤 비슷한 작업에 뛰어들었다. 커뮤니티가 만든 디컴프를 활용해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Ocarina of Time) 모바일 포팅도 만들었고, 몇 주 만에 12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게 됐다. 그는 AI 없이는 이런 속도와 물량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컴프 추적 사이트 폐쇄, 커뮤니티 갈등
급증한 AI 기반 프로젝트는 기존 DIY 커뮤니티에 부담이 됐다. 디컴프 프로젝트를 추적하고 자료를 제공하던 커뮤니티 사이트는 지난주 갑자기 운영을 중단했다. 운영자(필명 인카운터·Encounter)는 적절한 지침과 사람의 검토가 더해지면 AI가 디컴파일을 크게 앞당길 수 있음이 분명해졌다면서도, 커뮤니티로서의 디컴프 활동은 무너졌다고 밝혔다.
운영자가 문제로 꼽은 것은 기존 디컴프 프로젝트를 AI로 '마무리'하거나, 기여한 적 없는 디컴프를 서둘러 포팅하는 행위다. 기존 프로젝트에 의미 있게 기여하지 않고 결과물만 가져가는 이른바 적대적 포크가 공동체의 결속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게임 보존에 약일까 독일까
게임 보존 측면에서는 양면성이 있다. 고전 게임의 90% 이상이 '심각한 멸종 위기'라는 추산이 있는 가운데, AI는 디컴프와 리컴프를 대중에 알리고 비프로그래머도 실험할 수 있게 했다. 반면 디컴프의 본래 목적은 게임이 어떻게 작동하고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하는 것인데, AI가 작업을 대신하면 그 지식이 쌓이지 않아 충실한 복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트라이디스는 지금 '슬롭(slop)'으로 치부되는 결과물도 도구가 발전하면 나아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비판이 틀린 것은 아니며, 더 나은 도구가 곧바로 원작자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업계 전반에서도 AI 도입은 빨라지고 있다. 에픽게임즈(Epic Games)는 PC 게임 스토어의 바이브 코딩 버전을 내놨고, 디즈니(Disney)와의 협업에도 'AI 가속 개발'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 스위니(Tim Sweeney) CEO는 AI가 게임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 것이라고 X에 썼다. 엑스박스(Xbox)의 아샤 샤르마(Asha Sharma) CEO는 내부 조직 '엑스박스 랩스(Xbox Labs)'를 꾸려 오래된 게임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방안을 탐색하고 있다. 올해 할로: 컴뱃 에볼브드와 시간의 오카리나 리메이크가 나오는 등 고전 게임 수요가 큰 만큼, 정교한 리메이크와 어디서나 즐기는 AI 포팅 중 무엇을 택할지가 향후 관건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