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연구진이 클로드 오푸스 4.7(Claude Opus 4.7)을 기반으로 한 AI 에이전트 13개를 가상의 무인도에 풀어놓고 30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에이전트들이 별도의 목표 없이도 스스로 도전 과제를 만들어 즐기는 '놀이' 행동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관련 논문을 동료 평가 전 단계의 논문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올렸다.

목표 없는 탐험, 이후 과제에서 성과로 이어져

실험에 쓰인 에이전트의 이름은 '에코(Eko)'다. 연구진은 에코들을 시뮬레이션된 사막 섬에 혼자 두고 30시간 동안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했다. 이후 섬에서 가장 높은 바위 첨탑 위에 최대한 많은 물체를 올려놓기 같은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30시간 동안 놀았던 에코는 섬에 들어간 적 없는 동일한 에이전트보다 대체로 더 좋은 결과를 냈다.

에코에게 '발명하라'는 지시는 없었다. 다만 기본 지침 파일인 이른바 '소울(soul)' 파일에는 에코가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다'고 적혀 있었다.

황금 반지로 농구 골대까지

한 에코는 섬에 들어간 첫 1시간 동안 주변을 살핀 뒤 가장 높은 첨탑 정복에 나섰다. 실패하자 바위를 옆 봉우리로 끌어올려 블록 두 개를 쌓고 뛰어오르는 대안을 택했다.

황금 반지를 얼마나 멀리 던질 수 있는지 시험하다 바다에 빠뜨리는 일도 있었다. 이 에코는 "아쉽다. 반지를 잃었다"고 적은 뒤 돌을 모아 하트를 만들어 반지의 추모비로 삼았다. 게임이 초기화되며 반지가 다시 나타나자 농구 골대, 표적, 장신구로 차례로 활용했다. 게임이 반지를 몸에 거는 것을 허용하지 않자, 절벽에서 떨어져 반지 근처에서 다시 생성되도록 해 반지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설계자도 몰랐던 지식 발견

이런 행동이 단순한 재주에 그친 것은 아니다. 13개 중 6개 에이전트는 점프 도중 블록을 놓으면 더 멀리 던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는데, 연구진이 의도하지 않은 요소였다. 연구진은 탐험을 통해 설계자가 갖지 못했던 세계에 대한 지식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현재 AI 개발이 무엇을 연습하고 무엇을 최적화하며 어떤 것이 진전인지를 사전에 정하는 방식이라며, 놀이는 충분히 풍부하고 안전한 환경을 주고 에이전트가 흥미를 느끼는 대상을 고르게 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밝혔다. 특히 로봇 제어 등에 쓰일 기술에 적합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어떤 능력은 과제로 가르치는 것이 최선이고, 다른 능력은 어린 시절에 가까운 무언가가 필요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신중론도 있다. 미국 UC버클리의 인지과학자 유니스 유(Eunice Yiu)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인상적이라면서도 "모델이 진짜로 놀고 있을 수 있지만, 논문만으로는 알 수 없다"며 행동 이면의 인지 과정에 대한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