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문서 유입과 전면 금지
위키피디아 운영 주체인 위키미디어재단(Wikimedia Foundation)은 오래전부터 AI 확산에 대비해 왔다. 2019년 당시 재단 대표였던 캐서린 메이어(Katherine Maher)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인간 없는 AI는 대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LLM이 서식, 출처, 링크 정리 같은 허드렛일을 맡아 편집자가 창의적 작업에 집중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현실은 달랐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에 따르면 2024년 8월 영어판 위키피디아에서 새로 만들어진 문서 약 3000건 가운데 약 5%가 상당한 분량의 AI 생성 내용을 담고 있었다. 엠대시(—)나 둥근 따옴표를 즐겨 쓰는 문체, 프롬프트 응답 문구가 남은 흔적이 단서였다. 편집자들은 마을의 비옥한 농지를 칭송하는 식의 상투적 문구와 가짜 출처를 걸러냈고, 2026년 3월에는 LLM을 이용한 글쓰기를 번역과 가벼운 교정으로만 제한하는 방침을 정했다.
독자 이탈과 '위키피디아의 죽음' 논쟁
더 큰 문제는 독자 감소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Pew Research)에 따르면 위키피디아는 2015~2025년 10년간 1조9000억 회, 하루 평균 5억800만 회 조회됐다. 그러나 위키피디아 편집자 크리스토프 앙네(Christophe Henner)는 2022년 이후 월 11억 건 넘는 방문, 곧 독자의 약 4분의 1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AI 요약을 찾는 이용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AI 챗봇 답변에 링크가 있어도 클릭률은 0.33%에 그쳤고, 구글 검색은 9%가량이었다는 수치도 제시됐다.
널리 읽힌 에세이 '위키피디아의 죽음'은 기여자가 줄어든 자리를 AI가 메우는 악순환을 경고했다. AI가 허드렛일을 하는 대신 글을 쓰고 인간은 포맷과 뒷정리만 떠맡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AI가 오염시킨 위키피디아를 AI 답변의 근거로 삼으면 오류를 검증할 수단이 사라진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백과사전 이념의 시험대
원문은 이 위기를 계몽주의 백과사전 전통의 위기로도 해석한다. 창립자 지미 웨일스(Jimmy Wales)와 래리 생어(Larry Sanger)가 정치·종교적으로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 것도 이념 분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았다. 위키피디아가 사람의 열정과 합의에 기대온 만큼, AI 시대에 인간 편집자 공동체를 어떻게 유지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